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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Camino] 길 위에서 웃다. (2nd day)



론세스바예스의 나름 잘 지어진 건물에서 푹 자고 


어제 밤에 빨래한 옷들이 잘 말랐나 확인하고 드라이기로 더 말리고 


다시 가방에 넣고 숙소를 나왔다. 왜인지 오늘은 날씨가


좋아질 것 같은 심히 주관적인 기분을 강제로 가지고 걷기 시작했다. ㅋㅋ



여정 초반에 보이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790km'란 표지판이


벌써 800km대를 뚫었다는 헛된 자신감을 순례자들에게 심어주는 듯 하다.


어제보다는 적은 습기 찬 산공기의 냄새와 주변에 보이는 산꽃의 향기는 


걷는 내내 우리에게 기분좋음을 선물해 주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일상적인 것들도 여정속에서는 Something special해진다.


오후가 되자 햇살이 우릴 녹여주고도 남을 만큼의 광량을 쏟아붓는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억하는 스페인의 햇살이 문득 떠오르면서 기분 또 좋아진다.ㅎㅎㅎ



초로로록이 만연한 산길에서 멘탈과 심신을 케어받으며 우리는 라라소냐 숙소에 도착한다.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때문에 숙소가 많이 차있는 상태라 


우린 내일부터라도 조금더 일찍 일어나 여정을 시작해야겠노라 얘기했다. (둘다 잠이 많다;;)



낮 4시즈음 숙소에서 씻고 빨래하고 더러워진 신발을 청소하고 말리고 나니


허기진 나를 위해 내 파트너는 나에게 얼마 없는 양식인 짜파게티를 해주었다.


MSG의 파워보충을 위해 챙겨온 신라면 3봉지중 한 개를 이미 소비해버렸다.


하지만 지금이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닌가?!ㅎㅎ



배부르고 노곤한 우리는 항상 해보고 싶던 체스게임에 도전하고 다른 까미노 순례자들의 도움과


조언을 받으며 생애 첫 체스게임을 하게 된다. 서로 서툴지만 룰을 알아가며 한 수 한 수 두는 맛이


묘하게 재밌는 게임이다. 



숙소에서 저녁을 사서 해먹고 일기도 쓰고 오늘 하루 걸으며 보았던


꽃들과 자연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오늘의 여정도 마침표를 찍는다.



여행 초반이고, 득템이라 여겼던 새 등산화때문에 발은 아프지만 


모든 걸 잊게해주는 마력이 있는 순례길 위에서 통증도 행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