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첫 날이 밝았다
바지런히 일어나 찬 프랑스 남부공기를 맡으며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으니 실감이 난다.
촉촉히 젖어있는 아침습기가 온 몸과 피부에 닿아 나름 상큼하다.
(이 습기가 우리를 괴롭히는 비가 될줄은 몰랐지만^^;)
아침 일찍 7시쯤 출발했다. 벌써 하나 둘씩 배낭에 조개를 단
까미노 원정대원들이 보인다. 다들 각개로 움직이지만 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그들을 보기만 해도 인사를 나누며 기분 좋은 감정을 나누는게 참 좋다.
첫 날의 피레네 여정은 산길이고 중간중간 길 옆을 벗어나 잔디밭길로 걸어야 하는
약간의 복잡함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지도보단
앞으로 계속 보고 익숙해질 노란 화살표와 흰색-빨간색 두줄이 순간순간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중간에 혼자 걷는 한국여성도 보이고, 스페인 근방의 여러 유럽나라에서 온 여러사람들도 보인다.
다들 우리처럼 여행에 대한 기대와 들뜸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일까 구름이 낮게 깔린 피레네는 장엄함과 무게감을 연출한다.
괜히 피레네가 자신을 넘는 자들에게 엄포를 놓듯 ^^
우리나라 산을 오를때 볼 수 있을 돌길도 걷고 잔디 위도 걷고 아스팔트도 걷고
화살표를 따라서 경치를 따라서 필요시에는 앞사람의 발자취를 따라서 걷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우린 걷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일초 일초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듯
한발 한발 내딪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대의가 성립했던 것 같다.
비가 와서 질척거리는 도로도 문제가 되진 않았고, 여정의 중간에 누군가 두고 간 지팡이를 벗삼아
오르고 내려가는 일정 끝에 우리는 첫 공식숙소인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다.
비 내리는 축축한 산길에 다들 홀딱 젖어 지친 순례자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도 힘들었지만 일정상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피레네를 넘어보니
앞으로의 일정도 할만 하다는 오만감? 자신감도 생긴다.
이곳은 슈퍼마켓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순례자들을 위한 정식코스를 8유로정도에 먹고
알베르게에 딸려 있는 성당의 미사에 잠깐 앉아 있다가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날씨가 좀 풀리고 신발이 젖지 않는 도로를 걷길 희망하면서 웃으며 잤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판타스틱한 자연과 함께 걷는 욕심없는 이 순간..
이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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