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Camino] 에스테야 (5th day)

담담실실 2014. 1. 22. 00:16
에스테야를 가는 날은 구름이 다 걷히고 뽀송뽀송한 날이었다. 

여정 내내 이런 날씨만 있다면 얼굴을 타겠지만 너무 기분 좋을 것 같은 날씨였다. 

윈도우 XP 바탕화면같은 파란 하늘과 낮은 구릉지의 포도밭은 진정 까미노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라 하겠다. 

이 이미지는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장면들의 연속이다. 

도착지인 에스테야에서는 출발지인 생쟁 다음으로 우체국이 있는 곳이다. 

우린 욕심가득히 가방에 매고 다녔기에 늦게나마라도 짐을-욕심을 산티아고로 전송하였다. 

필요한 물건만 챙겨 가방 두개로 줄였지만 무게는 각각 9kg 6kg정도였다. 

이는 한달간의 여정에 있어 충분히 어깨와 등에 압박과 고통을 줄 만한 무게다. 

그러한 순례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큰 도시 우체국에서는 소포 한박스를 목적지인 산티아고로 보내 한달간 보관해준다. 

우리는 시작점인 생쟁에서 소포를 보낼 기회가 있었지만 

이 정도의 가방의 무게는 견딜만하다 스스로 오만과 자만하였고 이는 여정 5일만에 함락되었다. ㅡㅜ;


짐을 보내면서 이 물건은 언젠간 쓰겠지하는 나의 마인드는 욕심의 씨앗이란 걸 알게 되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과연 진정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까미노에서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내 파트너인 요리사 겸 꽃연구가 Kaylee도 

'못 버리는게 거지야!'

라는 명언을 던져 주었고 나는 과감하고 심플하게 내 것이란 걸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난 귀국하고 나서 고향집에서 도착해 '못버리는 게 거지'라는 표어를 벗삼아 집에 있는 욕심Stuff들을 다 버리기도 했다. )

나에게 이런 철학적인 생각도 던져주는 까미노는 어느 순간 위대하게 느껴졌다.